[센터킴의 발견들][CRC Insight] 마크 브래드포드: Keep Walking |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전시를 즐기는 7가지 질문
센터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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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C Insight]
마크 브래드포드: Keep Walking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전시를 즐기는 7가지 질문
Mark Bradford <Keep Walking> -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이 전시는 ‘보는 전시’라기보다 걸으면서, 생각하는 전시에 가까웠어요. 전시설명에 자세히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에 대해 알고 간다면 전시를 재미있게 볼 수 있어요.
저는 이렇게 질문을 던지며 전시를 보았어요.
컬렉터 여러분도 자기만의 질문들을 던져보며 전시를 즐겨 보세요.
1️⃣ 마크 브래드포드의 백그라운드부터 알고 가기
마크 브래드포드는 1961년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그곳에서 거주하며 작업하는 작가예요. 그는 동시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Venice Biennale 미국관 대표 작가, ArtReview Power 100 상위 랭크,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MoMA에 그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어요.
그는 사회적 메시지를 시각화하는 대형 추상회화로 알려져 있고, 거리에서 수집한 전단지·포스터·신문 조각 같은 도시의 흔적 을 재료로 사용해왔어요.
언제나 도시의 표면, 사회의 흔적, 지워진 목소리가 남아 있습니다.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를 가장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가의 언어를 만나는 자리라고 느꼈어요.
🤔 작가는 왜 거리에서 수집한 전단지·포스터·신문 조각 같은 이런 재료를 쓰는가?
2️⃣〈떠오르다〉 위를 ‘걸으면서’ 생각해보기
전시장 바닥을 가득 채운 〈떠오르다〉는 캔버스를 전시장 바닥으로 확장시킨 거대한 설치 작업입니다. 작가는 수많은 종이를 겹겹이 쌓고 굳힌 뒤, 이를 다시 파내고 깎아내는 과정을 통해 지질학적 층위나 도시의 단면 같은 표면을 만들어냈습니다. 발밑에 닿는 작품의 질감을 직접 느끼며 저는 이런 질문들을 던져보았습니다. 작품을 ‘해석하려고’ 애쓰기보다 내가 무엇으로 보고 있는지 스스로 관찰하며 나만의 해석을 해보세요.
🤔 이건 나에게 무엇처럼 보이나?
🤔 지도일까? 바다일까?
🤔 이 종이들은 무엇일까?
🤔 이것은 회화인가? 콜라주인가?
3️⃣ ‘엔드페이퍼(End paper)
브래드포드의 초기 작업 중에는 ‘엔드페이퍼 연작(End paper series)’이 있어요. 엔드페이퍼란 원래 미용실에서 사용하는 파마용 종이를 말해요. 이 재료는 브래드포드에게 아주 개인적인 기억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미용실을 운영했고, 이 종이는 그 공간에서 매일 쓰이던 것이었죠. 그는 이를 태우고 붙이고, 검은 테두리를 만들어 캔버스에 배열하는 등 회화와 콜라주가 만나는 독특한 방식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엔드페이퍼’는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그의 개인적 기억과 재료 탐색의 출발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치예요.
🤔 작가는 왜 붙이고, 태우고, 겹쳤을까?
🤔 이 작품들은 무엇처럼 보이나? 내가 알고 있는 어떤 것 처럼 생겼나?
(소근소근 저는 현미경에 보이는 세포처럼 보인다고 생각했어요.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 <믿음의 배신>, <사랑도 증오도 아닌> 작가가 붙인 작품들의 제목을 보며 왜 이런 이름들을 지었을까? 생각하며 어떤 부분이 그렇게 표현한 것일까? 혼자 생각해 보는 방법도 작품앞에 오랜시간 머물며 작품을 바라보게 해줘요.
4️⃣‘Death Drop’이란 무엇인가?
‘Death Drop’ 은 드랙(Drag), 볼룸(Ballroom) 문화에서 나온 퍼포먼스 동작입니다.
드랙은 (Drag) 옷, 메이크업, 몸짓을 통해 성별의 규칙을 일부러 과장하거나 비틀어 표현하는 문화이고, 볼룸(Ballroom) 문화는 흑인·라틴계 퀴어 커뮤니티가 무대에 올라 걷고, 포즈를 취하고, 퍼포먼스를 하며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던 공간에서 시작됐어요. 그 무대에서 Death Drop은 몸을 뒤로 완전히 던지듯 떨어지는 아주 극적인 순간이에요. 성공하면 큰 환호를 받지만, 실패하면 실제로 다칠 수도 있을 만큼 위험하죠. 그래서 이 동작은 단순한 춤이 아니라, 주목받기 위해 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몸, 그리고 언제든 균형을 잃고 추락할 수 있는 상태를 상징해요.
🤔 작가는 왜 이 작품의 제목을 <데스 드롭(Death Drop)> 이라고 붙였을까?
🤔 이 포즈는 어때 보이나요? 불편해 보이나요? 편안해 보이나요?
🤔 떠오르는 사건이 있나요?
5️⃣<타오르는 피노키오>를 이루는 세 가지 이야기
저는 전시중에 이 작품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검은 방을 밝히는 전등하나 그리고 음악 『피노키오의 모험』, 테디 펜더그래스의 실화, 낸시 윌슨의 〈Tell Me the Truth》 가사 이 3가지 요소가 감정을 복잡 미묘하게 만들었거든요.
👺『피노키오의 모험』
『피노키오의 모험』은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가 길어지는 인형의 이야기로 잘 알려져 있죠. 하지만 이 이야기를 조금 다르게 보면, 피노키오는 항상 어른과 사회가 요구하는 ‘올바른 존재’가 되라는 압박 속에 놓여 있습니다. 진실을 말하면 벌을 받고, 말을 듣지 않으면 버려질 위험에 처하죠. 이 작품에서 피노키오는 단순히 거짓말쟁이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진실과 거짓 사이를 오가야 했던 존재로 보여요.
🎤 Teddy Pendergrass 의 실화
테디 펜더그래스는 1970~80년대 큰 사랑을 받은 R&B 가수였지만, 1982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며 갑작스럽게 삶의 방향이 바뀌게 됩니다.
무대 위에서 완벽한 남성성, 카리스마, 힘을 상징하던 그의 몸은 사고 이후 더 이상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기능하지 않게 되죠. 이 사고는 단순한 신체적 상실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사고 당시 차에 함께 타고 있던 인물이 트랜스젠더 여성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건은 곧바로 추측과 선정적인 시선, 낙인의 대상이 되었고 그의 사적인 삶과 정체성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대중의 해석 속에 놓이게 됩니다. 그의 이야기는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멈춰버린 순간, 그리고 사회가 기대하던 역할과 이미지에서 밀려나는 경험을 보여줍니다.
❤️ Nancy Wilson의 〈Tell Me the Truth〉
〈Tell Me the Truth〉는 제목 그대로 “진실을 말해 달라”고 반복해서 요청하는 노래입니다.
“Tell me the truth — is it over now? Tell me the truth — do you want her now?” (나에게 진실을 말해줘 — 이제 끝난 건가요?
진실을 말해줘 — 당신은 이제 그녀를 원하나요?)
이 가사는 사랑의 끝, 관계의 불확실성, 상대의 진심을 알고 싶은 마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냅니다. 단순히 감정의 진실을 묻는 것뿐 아니라, “아프더라도 진실을 알고 싶다”는 갈망을 보여주죠. 이 곡이 작품에 사용될 때, ‘진실’은 해방의 언어이기 보다는 오히려 말해도 괜찮은가를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게 만드는 질문처럼 들립니다.
이 작품이 묻는 질문은,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순간은 언제이며, 그때 우리는 무엇을 잃거나 지키려 하는가?” 라고 생각해요.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하면 벌을 받지만, 사실은 진실을 말해도 안전하지 않은 세계에 놓여 있죠.
테디 펜더그래스의 이야기는 그가 선택하지 않은 사고로 몸과 삶이 완전히 달라졌음에도, 사고 당시 동승자에 대한 억측과 낙인이 더해지며 사회가 여전히 이전의 이미지와 도덕적 기준, 그리고 예전과 같은 역할을 그에게 요구했던 상황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Tell Me the Truth> 는 “진실을 말해 달라”는 요청이 항상 해방이 아니라, 때로는 말하는 쪽에게만 위험을 떠넘기는 요구일 수 있음을 들려줘요. 이 세 이야기가 만나는 지점에서 <타오르는 피노키오> 는 이렇게 묻는 것 같아요.
🤔 진실이란 무엇인가? 진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줘요.
🤔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순간은 언제이며, 그때 우리는 무엇을 잃거나 지키려 하는가?
6️⃣ ⟪폭풍이 몰려온다⟫
⟪폭풍이 몰려온다⟫는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구상된 연작이에요. 작가는 2005년 미국 남부를 덮친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연구하며, 통제할 수 없는 힘으로서의 ‘폭풍’ 과 그 이후 드러난 미숙한 복구 과정 속에서 더욱 소외된 삶에 주목합니다. 이 작업은 자연재해 자체보다, 재난 이후 더 선명해진 사회의 균열과 주변부의 삶을 바라보게 해요.
🌪️ 202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었어요. 폭풍이 지나간 뒤 드러난 건, 재난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와 그 안에 이미 존재하던 불평등이었죠. 복구 과정에서 정부의 대응은 빠르지도, 공평하지도 않았고, 특히 흑인과 저소득층이 많이 살던 지역은 더 늦게, 더 적은 지원을 받으며 오랫동안 피해를 떠안아야 했어요. 같은 피해를 입었어도 집값과 지역 가치에 따라 보상의 규모가 달라졌고, 많은 사람들은 결국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마크 브래드포드는 바로 이 지점에서, 폭풍 그 자체보다 폭풍 이후에도 가장 오래 흔들리는 삶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주목합니다. 그의 작업에서 ‘폭풍’은 자연현상이 아니라, 재난을 계기로 더 분명해진 사회 구조의 균열을 가리키는 말처럼 느껴집니다.
🪩 윌리엄 도어시 시완 (William Dorsey Swann)
이 연작의 중심에는 윌리엄 도어시 시완 (William Dorsey Swann)이 놓여 있어요. 그는 19세기 말 미국에서 활동한 인물로,미국 최초의 드래그 퀸 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노예제 폐지 이후의 시대에 드래그 볼을 열고 공동체를 조직했던 그는 국가의 탄압과 사회적 폭력에 반복해서 맞섰고, 자신의 정체성과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싸운 사람이었어요. 브래드포드는 스완의 삶을 통해, 재난과 권력 앞에서 늘 취약한 위치에 놓여온 소수자들의 역사를 함께 불러옵니다.
⚡ Kevin Jz Prodigy 곡 Here Comes the Hurricane
Kevin Jz Prodigy 의 Here Comes the Hurricane 는 볼룸(Ballroom) 문화에서 퍼포먼스의 클라이맥스를 끌어올리는 트랙 으로 잘 알려진 곡이에요. 이 곡에서 말하는 ‘허리케인’은 실제 자연재해라기보다, 무대 위로 등장하는 존재 자체를 가리키는 은유 에 가깝습니다. 이제 곧 무언가가 온다, 막을 수 없고 피할 수 없는 에너지가 등장한다는 예고죠. 볼룸 문화에서 이런 음악은 누군가가 워킹을 시작할 때, 퍼포먼스가 최고조로 치달을 때, 시선을 한 몸에 모아야 하는 순간에 사용돼요. 그래서 이 곡의 반복적인 외침, “Here comes the hurricane…”는 위협이라기보다 등장의 선언, 혹은 존재를 알리는 경고음처럼 들려요.
🤔 허리케인이라는 자연재해, 최초의 드랙퀸 윌리엄 도어시 시완, 그리고 강렬한 비트의 음악. 이 이질적인 요소들이 모여 우리에게 어떤 '사회적 폭풍'을 말하고 있을까요?
🤔 전시장에서 Kevin Jz Prodigy 곡 Here Comes the Hurricane이 어떤 음악인지 들어보세요. 이 소리가 위협적인 경고인지 아니면 당당한 존재의 선언인지 느껴보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GMKaa_q1eCg
Practice," 2003 video stills, DVD, 3 minutes
💥“Keep Walking”
이번 전시의 제목인 "Keep Walking"은 마크 브래드포드의 예술적 실천과 삶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문장입니다. 그는 과거 영상 작업 <PRACTICE>에서 레이커스 유니폼으로 만든 거대한 치마를 입고 거센 강풍에 맞서며 끊임없이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에게 있어 이 과정은 단순히 농구 슛을 던지는 행위를 넘어, 우리 앞을 가로막는 문화적, 인종적, 성별적 장벽에 굴하지 않고 묵묵히 나아가는 회복탄력성을 상징합니다.
결국 그의 예술은 우리에게 어떤 시련 속에서도 멈추지 말고 계속 걸어나가라고 말합니다. 조금 느릴지라도, 혹은 수없이 넘어질지라도 끝내 자신의 목적지에 도달하고야 마는 그의 단단한 확신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그의 말처럼, 그는 언제나 결국 슛을 성공시키기 때문입니다.
"You keep going. You keep going and so that’s what it was. And I made the hoop. I made the shot. I always make the shot. Sometimes it takes me a little longer to get there. But I always make the shot."
(계속 나아가는 것, 그것이 이 작업의 핵심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골을 넣었습니다. 슛을 성공시켰죠. 저는 언제나 결국 슛을 성공시킵니다. 성공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때도 있지만, 저는 항상 슛을 성공시킵니다.)
🤔 지금 여러분의 발걸음을 무겁게 만드는 '거대한 치마'나 '맞바람'은 무엇인가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이 끝내 성공시키고 싶은 '나만의 슛'은 무엇인가요?
작가가 던진 사회적 질문을 여러분의 삶으로 가져오는 이 과정이, 이번 전시를 즐기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 되기를 바랍니다.
+더 알아보기 마크 브래드포드의 작업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그의 예술적 뿌리와 철학이 담긴 Art21의 "Paradox" 에피소드를 추천합니다
[CRC Insight]
마크 브래드포드: Keep Walking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전시를 즐기는 7가지 질문
Mark Bradford <Keep Walking> -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이 전시는 ‘보는 전시’라기보다 걸으면서, 생각하는 전시에 가까웠어요. 전시설명에 자세히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에 대해 알고 간다면 전시를 재미있게 볼 수 있어요. 저는 이렇게 질문을 던지며 전시를 보았어요. 컬렉터 여러분도 자기만의 질문들을 던져보며 전시를 즐겨 보세요.
1️⃣ 마크 브래드포드의 백그라운드부터 알고 가기
마크 브래드포드는 1961년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그곳에서 거주하며 작업하는 작가예요. 그는 동시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Venice Biennale 미국관 대표 작가, ArtReview Power 100 상위 랭크,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MoMA에 그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어요. 그는 사회적 메시지를 시각화하는 대형 추상회화로 알려져 있고, 거리에서 수집한 전단지·포스터·신문 조각 같은 도시의 흔적 을 재료로 사용해왔어요. 언제나 도시의 표면, 사회의 흔적, 지워진 목소리가 남아 있습니다.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를 가장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가의 언어를 만나는 자리라고 느꼈어요.
🤔 작가는 왜 거리에서 수집한 전단지·포스터·신문 조각 같은 이런 재료를 쓰는가?
2️⃣〈떠오르다〉 위를 ‘걸으면서’ 생각해보기
전시장 바닥을 가득 채운 〈떠오르다〉는 캔버스를 전시장 바닥으로 확장시킨 거대한 설치 작업입니다. 작가는 수많은 종이를 겹겹이 쌓고 굳힌 뒤, 이를 다시 파내고 깎아내는 과정을 통해 지질학적 층위나 도시의 단면 같은 표면을 만들어냈습니다. 발밑에 닿는 작품의 질감을 직접 느끼며 저는 이런 질문들을 던져보았습니다. 작품을 ‘해석하려고’ 애쓰기보다 내가 무엇으로 보고 있는지 스스로 관찰하며 나만의 해석을 해보세요.
🤔 이건 나에게 무엇처럼 보이나?
🤔 지도일까? 바다일까?
🤔 이 종이들은 무엇일까?
🤔 이것은 회화인가? 콜라주인가?
3️⃣ ‘엔드페이퍼(End paper)
브래드포드의 초기 작업 중에는 ‘엔드페이퍼 연작(End paper series)’이 있어요. 엔드페이퍼란 원래 미용실에서 사용하는 파마용 종이를 말해요. 이 재료는 브래드포드에게 아주 개인적인 기억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미용실을 운영했고, 이 종이는 그 공간에서 매일 쓰이던 것이었죠. 그는 이를 태우고 붙이고, 검은 테두리를 만들어 캔버스에 배열하는 등 회화와 콜라주가 만나는 독특한 방식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엔드페이퍼’는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그의 개인적 기억과 재료 탐색의 출발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치예요.
🤔 작가는 왜 붙이고, 태우고, 겹쳤을까? 🤔 이 작품들은 무엇처럼 보이나? 내가 알고 있는 어떤 것 처럼 생겼나? (소근소근 저는 현미경에 보이는 세포처럼 보인다고 생각했어요.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 <믿음의 배신>, <사랑도 증오도 아닌> 작가가 붙인 작품들의 제목을 보며 왜 이런 이름들을 지었을까? 생각하며 어떤 부분이 그렇게 표현한 것일까? 혼자 생각해 보는 방법도 작품앞에 오랜시간 머물며 작품을 바라보게 해줘요.
4️⃣‘Death Drop’이란 무엇인가?
‘Death Drop’ 은 드랙(Drag), 볼룸(Ballroom) 문화에서 나온 퍼포먼스 동작입니다.
드랙은 (Drag) 옷, 메이크업, 몸짓을 통해 성별의 규칙을 일부러 과장하거나 비틀어 표현하는 문화이고, 볼룸(Ballroom) 문화는 흑인·라틴계 퀴어 커뮤니티가 무대에 올라 걷고, 포즈를 취하고, 퍼포먼스를 하며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던 공간에서 시작됐어요. 그 무대에서 Death Drop은 몸을 뒤로 완전히 던지듯 떨어지는 아주 극적인 순간이에요. 성공하면 큰 환호를 받지만, 실패하면 실제로 다칠 수도 있을 만큼 위험하죠. 그래서 이 동작은 단순한 춤이 아니라, 주목받기 위해 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몸, 그리고 언제든 균형을 잃고 추락할 수 있는 상태를 상징해요.
🤔 작가는 왜 이 작품의 제목을 <데스 드롭(Death Drop)> 이라고 붙였을까?
🤔 이 포즈는 어때 보이나요? 불편해 보이나요? 편안해 보이나요?
🤔 떠오르는 사건이 있나요?
5️⃣<타오르는 피노키오>를 이루는 세 가지 이야기
저는 전시중에 이 작품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검은 방을 밝히는 전등하나 그리고 음악 『피노키오의 모험』, 테디 펜더그래스의 실화, 낸시 윌슨의 〈Tell Me the Truth》 가사 이 3가지 요소가 감정을 복잡 미묘하게 만들었거든요.
👺『피노키오의 모험』
『피노키오의 모험』은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가 길어지는 인형의 이야기로 잘 알려져 있죠. 하지만 이 이야기를 조금 다르게 보면, 피노키오는 항상 어른과 사회가 요구하는 ‘올바른 존재’가 되라는 압박 속에 놓여 있습니다. 진실을 말하면 벌을 받고, 말을 듣지 않으면 버려질 위험에 처하죠. 이 작품에서 피노키오는 단순히 거짓말쟁이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진실과 거짓 사이를 오가야 했던 존재로 보여요.
🎤 Teddy Pendergrass 의 실화
테디 펜더그래스는 1970~80년대 큰 사랑을 받은 R&B 가수였지만, 1982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며 갑작스럽게 삶의 방향이 바뀌게 됩니다.
무대 위에서 완벽한 남성성, 카리스마, 힘을 상징하던 그의 몸은 사고 이후 더 이상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기능하지 않게 되죠. 이 사고는 단순한 신체적 상실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사고 당시 차에 함께 타고 있던 인물이 트랜스젠더 여성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건은 곧바로 추측과 선정적인 시선, 낙인의 대상이 되었고 그의 사적인 삶과 정체성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대중의 해석 속에 놓이게 됩니다. 그의 이야기는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멈춰버린 순간, 그리고 사회가 기대하던 역할과 이미지에서 밀려나는 경험을 보여줍니다.
❤️ Nancy Wilson의 〈Tell Me the Truth〉
〈Tell Me the Truth〉는 제목 그대로 “진실을 말해 달라”고 반복해서 요청하는 노래입니다.
이 가사는 사랑의 끝, 관계의 불확실성, 상대의 진심을 알고 싶은 마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냅니다. 단순히 감정의 진실을 묻는 것뿐 아니라, “아프더라도 진실을 알고 싶다”는 갈망을 보여주죠. 이 곡이 작품에 사용될 때, ‘진실’은 해방의 언어이기 보다는 오히려 말해도 괜찮은가를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게 만드는 질문처럼 들립니다.
이 작품이 묻는 질문은,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순간은 언제이며, 그때 우리는 무엇을 잃거나 지키려 하는가?” 라고 생각해요.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하면 벌을 받지만, 사실은 진실을 말해도 안전하지 않은 세계에 놓여 있죠.
테디 펜더그래스의 이야기는 그가 선택하지 않은 사고로 몸과 삶이 완전히 달라졌음에도, 사고 당시 동승자에 대한 억측과 낙인이 더해지며 사회가 여전히 이전의 이미지와 도덕적 기준, 그리고 예전과 같은 역할을 그에게 요구했던 상황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Tell Me the Truth> 는 “진실을 말해 달라”는 요청이 항상 해방이 아니라, 때로는 말하는 쪽에게만 위험을 떠넘기는 요구일 수 있음을 들려줘요. 이 세 이야기가 만나는 지점에서 <타오르는 피노키오> 는 이렇게 묻는 것 같아요.
🤔 진실이란 무엇인가? 진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줘요.
🤔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순간은 언제이며, 그때 우리는 무엇을 잃거나 지키려 하는가?
6️⃣ ⟪폭풍이 몰려온다⟫
⟪폭풍이 몰려온다⟫는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구상된 연작이에요. 작가는 2005년 미국 남부를 덮친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연구하며, 통제할 수 없는 힘으로서의 ‘폭풍’ 과 그 이후 드러난 미숙한 복구 과정 속에서 더욱 소외된 삶에 주목합니다. 이 작업은 자연재해 자체보다, 재난 이후 더 선명해진 사회의 균열과 주변부의 삶을 바라보게 해요.
🌪️ 202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었어요. 폭풍이 지나간 뒤 드러난 건, 재난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와 그 안에 이미 존재하던 불평등이었죠. 복구 과정에서 정부의 대응은 빠르지도, 공평하지도 않았고, 특히 흑인과 저소득층이 많이 살던 지역은 더 늦게, 더 적은 지원을 받으며 오랫동안 피해를 떠안아야 했어요. 같은 피해를 입었어도 집값과 지역 가치에 따라 보상의 규모가 달라졌고, 많은 사람들은 결국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마크 브래드포드는 바로 이 지점에서, 폭풍 그 자체보다 폭풍 이후에도 가장 오래 흔들리는 삶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주목합니다. 그의 작업에서 ‘폭풍’은 자연현상이 아니라, 재난을 계기로 더 분명해진 사회 구조의 균열을 가리키는 말처럼 느껴집니다.
🪩 윌리엄 도어시 시완 (William Dorsey Swann)
이 연작의 중심에는 윌리엄 도어시 시완 (William Dorsey Swann)이 놓여 있어요. 그는 19세기 말 미국에서 활동한 인물로,미국 최초의 드래그 퀸 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노예제 폐지 이후의 시대에 드래그 볼을 열고 공동체를 조직했던 그는 국가의 탄압과 사회적 폭력에 반복해서 맞섰고, 자신의 정체성과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싸운 사람이었어요. 브래드포드는 스완의 삶을 통해, 재난과 권력 앞에서 늘 취약한 위치에 놓여온 소수자들의 역사를 함께 불러옵니다.
⚡ Kevin Jz Prodigy 곡 Here Comes the Hurricane
Kevin Jz Prodigy 의 Here Comes the Hurricane 는 볼룸(Ballroom) 문화에서 퍼포먼스의 클라이맥스를 끌어올리는 트랙 으로 잘 알려진 곡이에요. 이 곡에서 말하는 ‘허리케인’은 실제 자연재해라기보다, 무대 위로 등장하는 존재 자체를 가리키는 은유 에 가깝습니다. 이제 곧 무언가가 온다, 막을 수 없고 피할 수 없는 에너지가 등장한다는 예고죠. 볼룸 문화에서 이런 음악은 누군가가 워킹을 시작할 때, 퍼포먼스가 최고조로 치달을 때, 시선을 한 몸에 모아야 하는 순간에 사용돼요. 그래서 이 곡의 반복적인 외침, “Here comes the hurricane…”는 위협이라기보다 등장의 선언, 혹은 존재를 알리는 경고음처럼 들려요.
🤔 허리케인이라는 자연재해, 최초의 드랙퀸 윌리엄 도어시 시완, 그리고 강렬한 비트의 음악. 이 이질적인 요소들이 모여 우리에게 어떤 '사회적 폭풍'을 말하고 있을까요?
🤔 전시장에서 Kevin Jz Prodigy 곡 Here Comes the Hurricane이 어떤 음악인지 들어보세요. 이 소리가 위협적인 경고인지 아니면 당당한 존재의 선언인지 느껴보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GMKaa_q1eCg
💥“Keep Walking”
이번 전시의 제목인 "Keep Walking"은 마크 브래드포드의 예술적 실천과 삶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문장입니다. 그는 과거 영상 작업 <PRACTICE>에서 레이커스 유니폼으로 만든 거대한 치마를 입고 거센 강풍에 맞서며 끊임없이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에게 있어 이 과정은 단순히 농구 슛을 던지는 행위를 넘어, 우리 앞을 가로막는 문화적, 인종적, 성별적 장벽에 굴하지 않고 묵묵히 나아가는 회복탄력성을 상징합니다.
결국 그의 예술은 우리에게 어떤 시련 속에서도 멈추지 말고 계속 걸어나가라고 말합니다. 조금 느릴지라도, 혹은 수없이 넘어질지라도 끝내 자신의 목적지에 도달하고야 마는 그의 단단한 확신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그의 말처럼, 그는 언제나 결국 슛을 성공시키기 때문입니다.
🤔 지금 여러분의 발걸음을 무겁게 만드는 '거대한 치마'나 '맞바람'은 무엇인가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이 끝내 성공시키고 싶은 '나만의 슛'은 무엇인가요?
작가가 던진 사회적 질문을 여러분의 삶으로 가져오는 이 과정이, 이번 전시를 즐기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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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브래드포드의 작업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그의 예술적 뿌리와 철학이 담긴 Art21의 "Paradox" 에피소드를 추천합니다